김장시장 사상 최악 ‘소비 혹한기’…겨울배추 어쩌나
입력 : 2022-12-05 00:00
수정 : 2022-12-05 14:33

11월 거래금액 지난해 반토막

재고적체 속 출하량 증가 전망

정부 부랴부랴 긴급수매 나서

7000t 이어 추가격리도 검토

유통인 밭떼기계약 파기 속출

“산지폐기 등 대응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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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실은 화물차들이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올 김장철 배추 소비가 사상 최악으로 부진해 값 하락세가 길어지는 가운데 겨울배추 출하를 시작한 산지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장 소비부진으로 가을배추 재고가 많이 쌓인 데다 겨울배추 작황이 최근 급격히 좋아지면서 생산량 증대가 예상돼서다. 이에 정부가 긴급 수매를 발표했지만 산지에선 추가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도매인들 “김장철 이렇게 장사 안된 건 처음”=12월이 시작되면서 김장 대목이 사실상 마무리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가락시장에선 올해 배추 소비가 사상 최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대아청과의 11월 배추 거래물량은 1만927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951t)에 견줘 16%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88억3100만원으로 지난해(177억8600만원) 대비 반토막 났다. 거래물량보다 거래금액 감소폭이 더 큰 것은 소비부진으로 시세가 형성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장철 경매 현장에선 중도매인들이 반입물량을 사들이지 못해 산지로 다시 돌아간 물량도 하루 평균 10%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락시장 중도매인 이미남 경준농산 대표는 “지난해에는 5t 차량 두대 물량을 사도 판매하기에 부족했는데 올해는 차량 한대 물량도 소화 못해 재고가 쌓였다”며 “올 김장철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40% 줄어들었는데 37년 동안 이렇게 장사가 안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절임배추와 김장채소류 판매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승일 한국농협김치조합공동사업법인 본부장은 “김장철 절임배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0%가량 감소했다”며 “업계 한쪽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김장문화가 쇠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 도매유통본부 관계자도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평균적으로 쪽파·마늘·배추 등 김장채소류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금리인상 등 경기 둔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을배추 증가에 소비부진까지=김장철 특수가 사라지면서 약세장도 장기화하고 있다. 2일 가락시장에서는 배추 10㎏ 상품 한망이 평균 4967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7908원)보다 37.1%, 평년 11월(5660원)보다 12.2% 낮은 값이다.

이는 소비부진과 더불어 가을배추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 생산량은 134만t으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16.8%·4.4% 증가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크게 늘지 않았으나 11월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생육이 급격히 진행돼 단수가 늘었다”며 “정식시기 지연으로 11월초 끝나야 하는 충청권 배추 출하가 하순까지 이어지는 등 과잉공급으로 약세가 지속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가을배추 재고가 저장에 들어가기 시작한 데다 12월 출하될 겨울배추도 평년보다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배추값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농경연은 12월 관측월보에서 올 겨울배추 생산량이 28만4000t으로 지난해보다는 1% 증가하고 평년보다는 6.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산지 관계자들은 최근 작황이 호전되면서 정부 관측 결과보다 생산량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장은 “소비부진에 따른 가을배추 출하 지연으로 겨울배추 출하까지 덩달아 밀려 겨울배추 생육이 과도하게 진행됐다”며 “평균 단수 적용 시 배추 한포기가 3∼4㎏이라면 올해는 7∼8㎏까지 늘어나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1팀장은 “12월초면 김장철이 끝나 더이상 소비 증대는 기대할 수 없다”며 “적체된 가을배추 물량과 겨울배추 출하가 겹칠 것으로 보여 가격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긴급 수매 나서…산지 “추가 대책 검토해야”=배추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정부는 배추 긴급 수매에 나섰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1월30일 ‘2022년 겨울배추 긴급 정부수매비축 구매’ 공고를 내고 7000t 규모의 긴급 수매 계획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김장 수요가 저조해 값이 예상보다 떨어져 선제적으로 시장격리에 나서게 됐다”며 “기존보다 수매물량도 늘렸고 7000t 외 추가로 3000t 규모의 시장격리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산지 관계자들은 시장격리 외에도 추가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정원 겨울배추생산자단체협의회장(전남 해남 화원농협 조합장)은 “시장격리를 해도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선 가격지지 효과가 제한적이다”라며 “겨울배추 시세 하락세가 장기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산지폐기 등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길 전국배추생산자협회 화원면지회 대표도 “값 전망이 좋지 않자 최근 산지 유통인들이 밭떼기거래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산지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농가 피해가 커지기 전에 수급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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